후보 패션부터 공약까지 바꾼다…大選 인플루언서 '2030커뮤니티'

입력 2021-12-13 17:17   수정 2021-12-14 01:58


#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달 20일 2030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디시인사이드 ‘이재명 갤러리’에 글을 남겼다. 이 후보는 글을 쓰는 모습을 찍은 ‘인증샷’까지 남기면서 “청년들의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이재명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2.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난 6월 공식 출마 선언을 앞두고 ‘천안함 모자’를 쓰고 공원을 산책하는 장면이 언론에 포착됐다. 이 모자는 보수 성향 2030 커뮤니티인 에펨코리아를 중심으로 ‘구매운동’이 일어난 제품이다. 일각에서는 윤 후보의 ‘청년 보수’를 겨냥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왔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선거운동의 공식까지 바꾸고 있다. 여야 후보들은 2030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직접 공약을 발표하거나 이들의 여론을 파악해 발 빠르게 공약에 반영한다. 내년 3월 대통령선거의 최대 ‘스윙보터(부동층)’로 떠오른 MZ세대의 표심에 따라 승부가 좌우될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2030에 공들이는 李·尹
이 후보는 2030 커뮤니티에 잇따라 직접 글을 남기면서 청년층과 소통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지난 12일 이 후보는 디시인사이드에 세 번째 글을 올리면서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 “유저들의 목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게임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고 공약했다. 이 후보는 “게시판을 확인하던 중 게임에 관한 글 하나를 발견했다”며 2030세대 ‘맞춤형 공약’을 제시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윤 후보는 카카오톡 등 국내 메신저가 사전에 불법 촬영물의 필터링을 의무화한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등)’ 재개정 공약을 제시하며 2030세대의 표심을 겨냥했다. 윤 후보는 SNS에 “n번방 방지법은 제2의 n번방 범죄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반면 절대다수의 선량한 시민에게 ‘검열의 공포’를 안겨준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가 이런 공약을 내놓은 건 n번방 방지법이 10일 시행된 뒤 보수 성향 2030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카카오톡 검열이 시작됐다”는 불만이 잇따른 데 따른 것이다. 이용자들은 스스로 진행한 ‘검열 테스트’ 결과까지 공유하며 “21세기 민주국가에서 가능한 일이냐”고 성토했다. 이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n번방 방지법 재개정의 운을 띄웠고, 윤 후보는 법 시행 이틀 만에 이를 공약으로 제시하며 발빠르게 대응했다.
“2030 정치적 충성도 낮아”
여야 대선 후보가 2030세대의 마음을 잡기 위해 공을 들이는 것은 이들이 최대 ‘표밭’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최근 발표한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30대에서 지지 후보를 정하지 않고 의견을 유보한 ‘부동층’은 4명 중 1명꼴이었다. 대선 지지 후보가 없거나 응답을 거부한 20대는 24%, 30대는 26%였다. 이는 40대 이상 세대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수치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전통적으로 청년층은 정치적 충성도가 낮다”며 “현재 지지가 대선 당일 실제 표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여야 후보가 표심을 잡기 위해 사활을 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MZ세대의 강한 조직력 또한 여야 후보가 선거운동에서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에펨코리아(지난달 기준 7374만 명), 뽐뿌(5305만 명) 등 주요 2030 커뮤니티는 한 달 평균 수천만 명의 방문자 수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20대 남성의 조직력은 지난 4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와 이준석 대표의 당선, 홍준표 국민의힘 경선 후보의 경선 막판 지지율 급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회적으로 청년 세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2030 커뮤니티의 여론 주도력이 커진 측면도 있다.
남성 커뮤니티 중심의 여론
주로 익명이라 정치적 쏠림 현상이나 혐오를 조장하는 문화가 두드러지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특성상 이들의 여론을 정치권에서 무분별하게 수용하는 데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또 최근 여야 대선 후보가 관심을 쏟는 2030 커뮤니티 대부분이 남성 이용자가 많은 커뮤니티이기 때문에 20·30대 여성들의 이해관계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젠더 갈등이 부각되면서 남성 여론에 정치권이 관심을 쏟는 측면이 있다”며 “2030 여성 역시 정치에 관심이나 반응이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야 후보의 고심은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미현/성상훈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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